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든 음식을 보면 문화가 보이고 생활, 사람이 보인다는 진리에 따라??
먹는 것으로 에티오피아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는. 예정된 수순..

에티오피아에 도착해서 처음먹은 요리는 하필이면! 바로 피자와 스파게티였다.
호텔 옆에 붙어있던 식당인데 나름 유명한 피자, 파스타집이라고 한다.
지구 반대편 객지에서의 첫 식사로 이런 만만 식단도 나쁘진 않지. 맛은 담백하고 무난했다.

걸쭉한 질감이 느껴지나? 군불 지펴가며 끓여내는 에스프레소.
설탕 한스푼은 기본으로 잔에 담고 커피를 따른다.
넘치도록 찰랑찰랑하게

호텔에서의 저녁식사. 구웠다기 보단 바짝 건조된 듯한 바스락 거리는 빵.

샐러드 소스는 너무 짜고 질퍽하고 채소는 힘없이 처져 있고 명색이 호텔인데 영 실망이었지만 바랄걸 바래야지? 여기가 어딘가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의 물고기 요리.
에티오피아의 향이 첨가된 제대로 된 첫 식사라선지 왠지 거북하고 잘 안먹히던 음식들..

소스 맛은 괜찮았던 소고기요리. 그러나 참 질기다. 에티오피아는 육류도 물기가 쪽 빠진 건조함이 특징인 듯하다.

어떻게 컸길래? 어떻게 잡아 놨길래? 이다지도 질기단 말인가.
나이프도 감당못하던 닭. 현지분들은 적응이 되선지 잘 발라 드시더라.
쉬워보이진 않았다.

매일 아침 먹은 오믈릿. 그리고 갈아나오는 오렌지 주스 그리고 커피.

전날 저녁 질긴 고기들에 질린 입맛을 무마시킨 괜찮은 식당.
익숙한 비주얼과 익숙한 맛.

난 안건드렸지만 맛있었다고 하더라 감자튀김. 역시 무난한 비주얼이다.

수건같이 돌돌 말려져 있는 에티오피안 주식 인제라.
떼프라는 곡식으로 만든다는데 떼프가 뭔지 우리로선 알수 없다.
발효된듯한 시큼한 맛이 난다.



드디어 에티오피아 음식의 하이라이트가 등장. 부족 민속춤 공연 보러 간 크라운 호텔에서 주문한 음식.
커다랗고 두꺼운 인제라판 위에 여러 콩소스들, 야채, 내장요리, 계란과 닭요리, 치즈 그리고 양고기가 얹어져 나온다.
역시 수건처럼 돌돌말린 부드러운 인제라를 찢어 손으로 집어 먹는 것. 고기는 질길것이 염려되 안먹었다.

오른쪽의 저 고추! 한국에서는 못먹어본 식감. 오이고추를 떠올리면 살짝 비슷할듯. 굉장히 맵다.
한국적 매운맛이 절절하던 때라 눈물까지 흘리며(매워서)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었다.
가른 고추안에 다진 생토마토 소스가 들어있어서 달큼시큼 맛났다.

에티오피아에서의 마지막 식사.
아이들이 배식받던 그 스파게티와 향이 같은걸 보면 맛도 같지 않았을까 싶었다. 소스가 더 많아 색이 짙은 차이 뿐.
마지막 식사 이전엔 중식당에서 꽤 괜찮은 저녁을 먹었는데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찰진 쌀이 오랜만이라 정말 밥맛이 꿀맛 이더라는. 현지 물가치고는 굉장히 비싼 쌀이라고..

마지막 커피는 카페에 가서 카페라떼. 약간만 덜 달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들에게 커피는 맛과 멋임과 동시에 등산시 초코렛 한 알 같은 에너지원일테니.

그나마 아프리카 다른지역과 비교하면 음식문화가 발달된 에티오피아라고 하는데
전통음식은 인제라 외엔 못 먹어봤다고 할 수 있다.
기억나는건 진하게 쓰고 진하게 단 에스프레소.. 그 걸로도 충분했을 만큼 그리운 맛.
멋드러진 스타일의 예쁜 언니가 부채질 해가며 불지펴 끓여낸 에스프레소..
이런 커피를 내 평생 어디서 또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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