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고 있는 미드 "펠리시티"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순진한 모범생의 은근히 우유부단한 연애사` 다.

여주인공이 미국의 것 답지 않게 굉장히 정적인 캐릭터.
처음엔 어리버리한줄 알았는데 할말다하고 공부잘하고 현명하고 참하다. 다소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올라간다는 말이 얘한테는 딱이라 사고칠땐 제대로 크게 치는 애임.
(촌스러운 스타일도 특징. 항상 스웨터에 면바지. 2학년 2시즌에서는 좀 다채로와짐)

짝사랑하던 남자애가 건넨 관심의 한마디 때문에 그 애 따라서 진학할 대학도 스탠포드대에서 뉴욕대로 바꾼다.
대책없이 따라오긴 했지만 얘랑 별 진전은 없고 자신의 친한 친구(줄리)와 그 남자앤() 눈맞아 버리고
갈팡질팡하다가 자기를 좋아하는 기숙사도우미 노오에게 정착하는가 싶더니 관계가 조금 삐걱하자
모르는 남자랑 처음이자 마지막(시즌2초반 까지는)으로 동침하기 까지. (애는 쑥맥인 스타일이라 그 일을 가지고
친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 된다)
노오와의 관계는 겨우 접합되지만 결국 역시 우유부단한 벤의 한마디에..


여기까지가 시즌1의 내용이고

시즌 2에서는 펠리시티가 노오와 벤 중 벤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시작.
그러나 그것도 잠시고 벤은 줄리에게 그랬듯이 펠리시티에게도 부담을 느껴 결국 헤어진다.
(나쁜놈이라고 욕해야 마땅한데 얘도 좀 안됐다. 그냥 어리고 겁많은 영혼임. 여자들이 무지 귀여워 함)
배신당한 노오와 줄리 두 사람은 좀 유치하게 펠레시티에게 분노를 표출하고.(여자만 고난이다)
결국 이래저래 다시 그들은 친구가 되긴 하지만 각자 따로따로 찢어져 새로운 사람들과 연애를 펼치는데..

아무래도 펠리시티를 중심으로 양 남자가 주인공이다 보니 결국엔 펠리시티와 번갈아가며 엮이게 될것은 뻔한데.
말로만 들어선 짜증날 법도 하지만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서로 모호하게 얽혀있는 감정들이 잘 표현되서 충분히
공감이 간다는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과정의 감정선이 참 섬세하게 그려진다.
주인공들과 주변인물 대부분이 나이답지 않게 속깊고 예의바르고 자존심있고 정도를 지키는 애들이라
모두가 호감
이 가는데 그러면서도 연애전선에서는 결국 파리한 청춘들인 것.

펠리시티를 둘러싼 친구 두명도 맘에 드는데 한명은 펠리시티와 1학년(1시즌) 2학년(2시즌) 이어서 룸메이트가 되는
앙숙으로 고딕스탈이랄지 좀 암울하고 사악한 코디와 화장을 즐기는 애고 악바리 기질에 머리도 좋고 출세(?)를 위해
교수한테 들이대기까지 하는 당차고 섹시한 흑인 엘레나도 좋다.


98년도 드라마라 보다보니 지금은 좀 뜬 배우들이 조,단역으로 출연하는데
펠리시티와 줄리의 화해 계기가 되는 지하철 정차 사고 때 동승했던 사람들 중에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아내와 딸에대해 극진한 전직 군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나온다.
얼굴이 딱 스쳤을때 완전 단역인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 안에 갇힌 인물들 중 비중있는 역이었다.

그리고 나비효과에 나왔던 에이미 스마트.
이 배우 별로 예쁘지는 않은데 연기하는거 보면 은근 활기넘치는 매력이 있다.
펠리시티 시즌2에서 노오의 새 여자친구로 등장하는데 거기서도 딱 이 여자 답구나 싶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노오가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지만 아직 시즌2 보는 중이라 어찌될지 모르겠고 결국엔 펠리시티와 엮일게 뻔함.

그리고 1시즌에서 노오의 옛여자친구로 제니퍼 가너가 2,3회 정도 나오는데 제니퍼가너의 실제 전 남편이 노오라네.
이 드라마 찍다 결혼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외모상으론 느끼한 벤 에플렉보다 귀염성있는 노오가 더 나음.
(전형적인 아일랜드 계. 브래드피트 스탈)

암튼 이런 상황이다보니 펠리시티가 얄미울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은것이 얘도 당할만큼 당하는 데다
계산속이 없는 캐릭터라.. 아무것도 몰라요 순진한 얼굴로 취할 것 다 취하는 흔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나쁜 판단도 하고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그 상황을 피하지 않는 우직함이 있다.


여성취향의 섬세한 드라마이고 (남주들의 심리가 여자가 이해하기엔 좀 어렵기도 한데 남자들은 공감할법한)
음악도 좋고(사라 맥라클란, 나탈리 머천트 등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이 많이 나오는 편. 극중 줄리도 음악을 한다)
특히 중심인물들의 흑백 스틸컷이 돌아가면서 잔잔한 음악이 깔리는 오프닝은 이 드라마의 느낌을 잘 표현해 준다.

그리고 다른 미드를 볼땐 특별히 못 느꼈는데 얘네들은 기숙사나 강의실에 있는 실내씬이 많아선지 여주인공 얼굴이
동글동글한 스탈이라선지 조명이 각별히 돋보인다. 인물들의 얼굴 음영이 한컷 한컷 사진 작품처럼 멋지다는 것도
맘에드는 부분.

또 하나 재밌는 부분은 때가 90년대 말이라 주인공들은 삐삐를 가지고 다니고 아이맥을 자랑스러워하고
플레이스테이션에 빠져서 나흘밤을 새는 등 흘러간 문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인공들의 전공
펠리시티, 의예과에서 미대로 옮겨갈 듯 (참고로 1학년때 미대작업실 기웃거리다 만난 미대생과 우발적으로 동침)
친구 엘레나, 의예과
노오, 그래픽디자인. 2학년때 펠리시티와 같은 드로잉 수업을 듣는다.
줄리, 전공은 모르겠고 아마추어 싱어송라이터임. 클럽에서 기타들고 연주. 곡도 좋고 노래도 잘한다. 진짠지 궁금
벤, 얘도 전공은 뭐할지 모르겠는데 공부는 기본으로 하고 운동팀에 들어가려 애쓴다. 육상팀 탈락하고 수영팀에 들어감.
그리고 펠리시티와 벤은 같은 커피제과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함.

주인공들의 거주지

1학년때는
펠리시티, 줄리, 엘레나, 노오(기숙사도우미)는 기숙사
벤은 어떤 나름 벤처사업가백수(하버드 졸업했다고)의 집에 세들어 삶.
2학년때는
펠리시티(기숙사도우미)와 줄리(치어리더와 한방을 쓰게되자 못견디고 벤네 들어감)는 기숙사
벤은 그대로 젊은 벤처사업가 집에 세들어 살고, 나중에 줄리 합류
노오와 엘레나는 한 아파트에서 룸메이트
참고로 거주지와 연애 행각은 완전 별개다. 드라마보면 저런거 자주 나오는데 부럽다 할 수 있는 부분이랄지

200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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